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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메일을 보내는 것이 구태여 꼭 필요한 일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고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연락을 드리는 것은, 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함입니다. 제 메일이 불쾌하시다면, 죄송합니다.
 
S는 제게 참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공동체였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이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면서도, 스스로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할 때
S 라는 곳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번에도 별 거 아닐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던 시작점과 달리 제 스스로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인연'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혹은 맺어지지 못한 연인들이 그러하 듯, 과장된 공상이 저를 현혹시킨 것일까요)
S 가 추천한 곳이기에 당연히 가볼만한 곳이라, 참석해볼 만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연사들의 강연주제가 흥미롭게 읽혔고, '선배'에게 배움을 사사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부푼 기대를 품고 찾아갔습니다.
솔직히 시인하자면 어디서 무엇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행사인지도, 어디서 주최하는 것인지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기대해고, 설렜습니다.
지친 몸뚱이를 안고 그곳까지 발을 내딛어야 했기에 과도한 '카페인'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별 것도 아닌 일에 감정이 격양됐던 것이 아닐까하는 염려가 드네요..
 
생각보다 일찍 그 곳에 도착했습니다.
종로에서 있었던 5시간 여의 선약을 마치고 프레스센터를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고
적응할 수 없는 '부담'스런 분위기에 기가 죽어 압도당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도, 이은애 단장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독였고, 안면이 있는 분들을 뵈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었던 듯 합니다.
 
노리단의 축하공연을 보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긴장됐던 마음이 모두 녹아내렸습니다.
어찌해야 할 바 모르는 귀빈들의 표정과, 나 혼자 신이 나 어깨를 들썩이는 내가 한 공간에 같이 존재한다는 것에 웃음을 참을 수 없더구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공연하시는 노리단 분들을 보며 어느 누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역시 방심하면 일이 터지더군요.
사회적 기업을 홍보하는 영상을 보여주신다 하여 기대에 차 지켜보았습니다. 사실 사회적 기업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저이기에
S 가 말하는 사회적기업의 희망을 보여주는 영상물일 것이라 지레 짐작했지요.
그런데 이상하더군요. 그럴 수도 있다 생각했습니다.
자료집을 들추며 외국의 친구들이 말하는 공생에 대한 나눔을 함께하고자 더듬더듬 글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그 덕분에 영상물에 집중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공생과 희망을 나눌 것이라 여겼던 국제심포지엄에서..국기에 대한 경례라니요..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고, 정말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싫었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고,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나 혼자 덩그러니 앉아 실룩되는 표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함몰되어 버렸습니다.
 
S 가 준비하는 행사가 이럴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바리바리 짐을 챙겨 staff 분들께 왜 이런 행사에서 저런 의식을 행하는 지 여쭈었습니다.
자신들은 잘 모른다며, 설마, 설마, 했는데 S 에서 뵈었던 분에게 저를 안내하시더군요.
 
관직에 계신 분들이 참석하는 자리엔 의례 그리한다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생각한 S 다운 행사는 아니네요 라는 말만 남기고 도망치 듯 나왔습니다.
 
믿었던 애인의 외도 순간을 포착한 것마냥 눈물이 흐르는데, 저조차 그런 제가 이해가 안 되더군요.
그런데 인사도 없이 도망가는 저를 본 님들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으셨을까요.
하.
 
생각보다 긴 글이 되버렸고, 그렇기에 구차해져버렸네요.
그렇다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만큼 제게 S 라는 공간은 환상같은 꿈같은 곳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꿈에게 이런 참담함을 전해받았으니,
 
제가 오해한 것이 있었다면 제발 알려주세요.
행사를 준비하느라 동분서주 바쁘신 님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무지하여 , 혹은 너무 못된 마음을 가져 이리 어리석게 행동한 것이라면 제발 꾸짖어 주세요.
분명 제가 견디지 못하고 나온 그 행사의 주요 내용들은 옥석같은 것이었을 테지요.
받은 자료집을 꼼꼼히 읽으며 그 옥석을 혼자서라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테지요.
 
앞으로 S 의 무한한 영광을 바랍니다. 진심으로.
 
 
덧,
힐을 오래 신고 걷다보면 툭 튀어나온 세번째 발가락의 관절의 피부가 아프다 악을 씁니다. 지 혼자 열 맞추지 못하고 삐죽 못나게 생긴 것이면서 더이상 그 안에 있을 수 없다 애원합니다.
참 못되고 못난 아이입니다.
그래도 그 아이가 없다면, 아마 조금은 불편할 지도 몰라요, 제 발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무례에 대해 사과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럼 모두 자유롭고 안녕하시길.

RE:
저는 다른 사람의 스타일이나 방식에 대해 대단히 관대한 사람입니다. 아니 관대하다기 보다는 제 자신이 이런 일을 하면서,
살면서 느낀 것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나도 그들로부터 인정받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당연한 사실이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S의 스타일과 S가 사용하는 언어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정은씨가 불편하게 생각하신 국민의례는 분명 S의 스타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사는 S 자체의 힘만으로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었고 저희를 도와주신, 행사를 잘 되도록 애써주신 많은 분들이 함께 계신 자리였습니다. 그분들께 예의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씨즈의 스타일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S가 사용하는 언어의 폭이 그만큼 넓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은씨는 그렇다면 해외에서 온 연사들에게도 알아서 한국말을 이해하라고 하실 건가요? 통역 서비스는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S 가 사회적기업 관련 공직자들에게 설설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견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 뿐입니다. 내 의견과 스타일이 중요하다면 상대방의 그것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정은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S 가 모자란 점이 혹여 있더라도
시원한 카페에 앉아서
한번 너그럽게 생각해 보시길.

그리고 정은씨 자신은 왜 그렇게 속상해 했어야만 했는지
그것도 한번 잘 생각해 보시길.

S 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늘
감사드립니다.


RRE:
네 말씀하시는 바가 무엇인지는 아마 이해한 듯 합니다.
통역과 국기의례를 비교하신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시원한 카페에서 차 한잔 할 여유를 간절히 바라보며,
말씀처럼 무더운 날씨에 여러분들도 쾌적한 환경에서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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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大學

 

대학大學

김정은

 

 

  대학(大學, University)은 교육의 단계상 고등 교육기관에 속하며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함께 하는 기관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말이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는 “교수와 학생의 자유롭고 평등한 학문공동체”로 대학을 정의하였다.

  2009년의 대학, 학문공동체라는 정의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인가? 서울의 S대학에서는 학내에 대형마트를 유치하기 위해 학생들과의 마찰을 빚었고, E대학에서는 학내 상업시설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고공투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K대학에서는 400억원을 지원받아 학내에 건물을 건립한 기업의 총수에게 명예학위를 수여했으며, 이에 반대한 학생들에게 출교정지, 퇴학이라는 가혹한 처사를 내리지 않았던가.

  이런 대학이?

  지금의 대학은 이념이나 학문적 가치가 아니라 수익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경영기법에 운영되고 있는 기업이지 않은가? 자유, 민주주의 수호, 정의, 학문의 상아탑이던 대학은 ‘선택과 집중’, ‘효율성’, ‘경쟁력’, ‘선진화’, ‘경영총장’과 같은 시장친화적 언어와 가치가 판을 치는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직업훈련소일 뿐이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등록금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대학의 적립금은 재단의 임의대로 펀드에 투자할 수 있으며, 자회사를 세워 배당금을 챙긴다. 학생들을 쥐어짜 내 얻어낸 등록금으로 전국 12개 대학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말미암아 불안정성이 입증된 파생상품과 주식과 펀드 등에 1992억원을 투자하였고 357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우스개 소리로 서울 E대학의 적립금으로는 다이아몬드 광산 수개를 살 수 있다는 루머가 공공연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재단 이외의 그 누구도 대학의 예산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또다른 주체인 학생들은 어떠한가? 지난 11월 서울 소재 유명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유난히 잡음이 많았다. 성폭력 파문이 이는가 하면, 부정투표 논란, 후보자격 논란 등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순수의 상징이던 대학생들에 관한 기사가 맞는지 아니면 그토록 경멸하던 현실 정치인의 모습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방학이면 종로 일대의 토익학원에는 수업 30분 전부터 줄지은 긴 줄로 복도를 지나기가 어려울 정도이며, 개강일에 늘어선 학생들의 행렬은 어느 시위대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유명 대학의 일부 여대생들은 용돈벌이를 위해 남성을 접대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2009년 대한민국 대학의 모습이다.

  까뮈는 개인의 반항과 자기부정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모순을 외면하지 않고 맞서 반항적 인간으로 거듭나길 촉구한다.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비단 개인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파우스트의 행보를 시작했다. 시장 논리에 대학의 영혼을 내주는 대가로 대학이념과 존립근거를 시장에 종속시켰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과 관련된 논의는 모두 시장이란 프레임에 갇혀버린 것이다. 시장이 사회를 지배하는 프레임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학을, 나 자신을 상품으로 여기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가 시장 논리를 따르는 대학이라?

  대학의 부조리이며 자기 부정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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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발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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